주식투자 전략에 있어 워렌 버핏과 함께 최고 권위자중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는 제레미 시겔 교수(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는 자신의 저서 “투자의 미래(The Future for Investors)”에서 다음과 같은 말하고 있다. “성장에 대한 고정관념은 자산을 이와 같은 기업에 투자하도록 유혹하는 올가미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조차도 투자자들에게 거의 최선의 투자처는 되지 못한다.”. 제레미 시겔 교수는 자신의 연구사례를 통해 인기 주식의 매수, 새로운 기술의 추구, 가장 빨리 성장하는 국가에 투자하는 등의 끊임없는 성장에 대한 추구는 결국 투자자들에게 저수익만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것을 성장의 함정(growth trap)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독자들에게 지금부터 50년 전으로 돌아가 ‘엑손모빌’과 ‘IBM'을 비교하며 '만일 당신이 이 두 개의 기업 중 하나에 투자를 한다면 어떤 기업의 주식에 투자를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50년 전 엑손모빌로 대표되는 에너지 분야는 시장에서 점차 그 비중이 줄어들고 있었고 IBM은 향후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고 있는 IT산업의 대표주자로써 최고의 기술주에 해당하고 있었다. 실제 지난 50년간 매출, 순이익, 부문성장 등 모든 성장지표에서 IBM이 엑손모빌을 앞서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수익률에 있어서는 고성장을 기록한 IBM이 우세할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엑손모빌을 선택한 투자자가 IBM을 선택한 투자자 보다 연평균 1%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러한 성장의 함정은 개별 기업에서뿐만 아니라 산업부문이나 국가간의 비교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제레미 시겔은 90년대 급속한 경제 성장을 해온 중국과 정치와 경제적으로 혼란기를 겪었던 브라질을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이론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덩샤오핑의 지도 아래 경제 개혁 프로그램을 이행한 중국은 연평균 9.3%라는 놀라운 실질 GDP 증가율을 보여주며 세계 어느 나라도 넘보지 못할 놀라운 성장속도를 보여준다. 반면 90년대 브라질은 대통령이 의회의 탄핵을 받는 정치적 혼란 속에 1,000% 이상 치솟는 인플레이션 등 극심한 혼란기를 겪으며 이 기간동안 GDP 증가율은 불과 1.8%에 머물게 된다. 개발도상국 중 가장 낮을 뿐 아니라 중국의 1/5에도 못 미치는 수치이다. 하지만 주식 수익률에 있어서는 1992년 이후 중국 투자자들은 세계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1992년 말 중국에 투자한 1,000 달러가 2003년 320달러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브라질에 투자한 1,000 달러는 4,781 달러로 불어난 결과를 얻게 된다. 왜 이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일까?

제레미 시겔은 이러한 결과의 원인을 다음의 두 가지 이유에서 찾는다. 첫 째는 모두가 고성장을 예상하는 IBM이나 중국의 경우 고성장에 따른 고수익에 대한 기대만큼 실제 이들이 갖고 있는 밸루에이션(Valuation)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치르고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수익률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둘 째는 배당수익률과 배당수익을 통한 재투자이다. 그는 배당을 재투자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가장 성공 가능성을 높은 주식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로 꼽고 있었다.

‘다우의 개’ 이론은 1980년대 미국의 투자가 ‘존 슬래터’가 내놓은 이래 월가에서 활용되고 있는 정석 투자법 중 하나이다. ‘다우의 개’란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Dow Jones Industrial Average)를 구성하고 있는 30개 종목 중 전년도 배당수익률이 높은 상위 10개 종목을 이르는 말이다. 배당수익률이란 주당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수치로써 현 주가의 수준과 비교해 배당금을 통한 배당수익률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따라서 배당금이 높고 주가가 낮을수록 배당수익률은 높아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처럼 배당 수익률이 높은 주식을 왜 ‘다우의 개’라는 그다지 좋지 못한 말로 표현되는 것일까? 그것은 배당을 많이 주는 우량 주식임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높지 않아 그 가치에 비해 시장에서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데서 이러한 표현이 붙게 된 것이다.

‘다우의 개’ 투자전략은 아주 단순하다. 매년 마지막 거래일에 30개 종목중 직전 사업년도에 지급한 배당금을 기준으로 가장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록한 상위 10개 종목을 선정해 이들에 균등한 금액으로 배분해 매수한 후 다음해 마지막 거래일까지 보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팔고서 다시 처음부터 같은 과정을 반복하여 배당 수익률 상위 10개 종목을 보유하는 것이다. 과거 30년간 다우지수는 연평균 12% 가량 상승했음에 반해 ‘다우의 개’들은 연평균 18%, ‘작은 다우의 개(10개 종목 중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5개 종목)’들은 연평균 2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점에서도 이 전략이 어느 정도 유효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코스피의 경우는 어떠할까? 2001년 말 부터 2006년 말 까지 동일한 방법으로  국내 한 증권사가 자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는 연평균 20%의 수익률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연평균 상승률 15.6%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레미 시겔의 연구사례와 월가의 ‘다우의 개’ 전략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주식 투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는 좋은 사례이다. 흔히 시장의 상승률 대비 초과 수익을 목표로 하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성장주는 성장에 대한 사람들의 지나친 기대심리로 실제 가치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그만큼 성장에 따른 수익의 기회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반면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 투자자들의 관심에서는 벗어나 있으나 꾸준한 가치창출로 배당성향이 높은 주식들의 경우 적은 비용으로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고 또 그 배당수익을 다시 저렴한 가격에 재투자함으로써 그만큼 장기적으로 높은 투자수익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일반적으로 배당성향이 강한 배당주의 경우 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도 배당에 대한 효과로 일반 성장주에 비해 주가 하락의 폭이 낮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현재와 같이 변동성이 커진 시장상황 하에서는 물론 장기적으로 투자자산의 위험을 관리한다는 측면에서도 성장의 환상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투자를 하기 보다는 자산 포트폴리오 내에 적절한 배당주의 편입은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는 대상이 될 것이다.

                                                                          - 국제공인재무설계사  한 만 형 CFP -